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이라는 것이 있다. .[5] 1945년 헝가리에서 전후 처음 국민투표에서 수를 얻어 민주주의 체제를 세울 준비가 된 세력과 싸운 공산주의 지도자 라코시 마티아시는 살라미 소시지를 자르듯 적을 분열시킨다는 '살라미 전술'이란 말을 만들어내었다. 공산당은 "살라미 전술"로 반대 세력에게서 작은 양보를 계속 얻어내어 결국 공산주의 정권인 헝가리 인민공화국을 세웠다.
북한이 핵개발 과정에서 연이은 협상 테이블에서 한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쟁점화함으로써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는 벼랑끝 전술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성공적으로 사용하였다. 북한이 핵협상 단계를 최대한 잘게 나누어 하나씩 단계별로 이슈화하고 이를 빌미 삼아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최대로 얻어내기 위해 사용한 전술이다.
UN에서 독자적으로 투표하고, 무역협정의 몇몇 조항을 어기며, 심지어 핵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작은 행보를 야금야금 내딛어 현재의 성공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자유세상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정부와 의사 단체와의 협상에서 정부가 사용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의료라는 큰 국가적 서비스에서 아주 작은 정책 하나 하나를 세분하게 잘래내어 의협의 협조와 양보를 받거나 위협함으로써 챙겨가는 식이다. 의협이나 각 과별 접촉 등으로 의사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핵심을 잘 모르게 오도하는 것이다.
우리도 의협에서 모든 정부 대응을 도맡아야 한다. 개원의 협의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의협과 주도 면밀하게 국가적 의료서비스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보고 대응함으로써 우리의 이익 파이를 더욱더 크게 키울 수 있게 된다.
건축주와 건축업자는 서로를 불신한다. 건축주는 공사비를 한 번에 먼저 줘버리면, 공사가 끝나지 않거나 날림공사가 될까 걱정하지만, 건축업자는 일을 모두 마친 다음에 돈을 받게 되면 건축주가 공사비를 떼어먹을까 걱정한다.
이 때 매일 혹은 매주 일이 끝날 때마다 진척상황에 따라 대금을 지급받는다면, 건축업자나 건축주가 감수해야만 하는 손실이 기껏 일당이나 주급 수준일 뿐이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배신당할 것이 뻔하다면, 그보다 한 단계 앞서서 관계를 끊어야 한다.
상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배신의 단계는 점점 빨라진다. 이런 불신의 사이클에 빠지지 않으려면 마지막 차례가 명시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거래를 지속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상대를 기만하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는 폐업정리 매장에서 파는 상품이 아니다. 진료가 그런 질이 보장되지 않는 서비스 상품이 되지 않도록 특히 우리가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