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8조 의료인결격사유 개정 논란 유감 

- 대한외과의사회 법제이사 김해영, 외과의사 매거진 기고문 -

의료법 제8조는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포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의료전문가의 직업윤리와 관련하여 그 추가적인 제한이 필요하다거나 다른 전문가 직역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논란이 있다.

 먼저 다른 전문가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에 관하여는, 최근 헌법재판소(2019. 5. 30. 2018헌마267 결정, 2016. 6. 30. 2015헌마916결정)의 결정 내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의료전문가 직역의 특수성을 도외시하여 전문가 직역의 직무적 차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와 변호사에 대하여 그 면허를 취소시켜 직무 수행을 최소 수년간 정지시켜야 할 것인지, 학생의 경우 면허취득 자격 자체를 박탈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한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그와 같은 형평성 주장이 얼마나 무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세 내용은 첨부 파일 참조) 

... (중략) ...

의료인 결격사유가 처음으로 규정된 유신헌법 공포 직후의 1973. 2월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에서는 국민의료법(대한민국 수립이후 1951년 제정, 1962년 의료법으로 전부개정) 제정 당시부터 “의료관계법령을 위반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만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모든 법령위반의 경우로 확대하여 포괄적인 면허결격사유로 규정한 것도 모자라 검사가 기소만 하더라도 의료인 국가시험에 합격한 학생에 대하여도 판결확정시까지 면허를 유보하는 규정(동법 제8조 제2항,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을 두었다가 

1993년 문민정부가 수립되어 이 땅에 민주화가 다시 싹트고서야 1994. 1. 7. 의료법 제8조 제2항 규정이 먼저 삭제되었고, 

우리나라에 민주정부를 정착시킨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00. 1월 일부개정을 통해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로 제한하게 되었다. 

이는 의료전문가 직역의 전문성, 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한 서구 문명국가의 입법을 본받은 제정법률의 취지로 되돌아 간 것으로 근대 시민사회국가의 세계적 추세에 다시 부합되도록 한 것이다.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공공성과 국민의 신뢰라는 것이 모든 실정법을 위반하는 경우 법준수를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적절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인지,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위반이라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됨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얼마나 비문명적인지 되새겨 볼 일이다.

< 첨언 >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도, 의료행위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실수, 매우 심각한 실수, 판단 오류, 심지어 매우 심각한 판단 오류도 중과실치사죄로 평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Mistakes, even very serious mistakes, and errors of judgment, even very serious errors of judgment, and the like, are nowhere near enough for a crime as serious as manslaughter to be committed.)는 영국의사협회(BMA)의 권고나 ‘의사의 의료행위는 환자의 건강을 개선시키는 행위이므로 피해자의 승낙 유무에 따르는 결과반가치의 흠결여부를 따지기 전에 상해의 고의가 없는 것, 비록 악결과 발생시에도 의학적 원칙에 맞는 의료행위인 경우 과실도 성립하지 않아 처음부터 상해 등 범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독일의 다수설 입장을 진지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