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12-22 21:03
무대뽀 들이대기 전술: 벼랑 끝 전술의 본질은?
 글쓴이 :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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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선생님이 말씀하신 '무대뽀 들이대기'의 좋은 예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이를 이용한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우리 나라와 미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한 위협이다. 이런 것을 '벼랑 끝 전술'이라 한다.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전술적 기술이다.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이 좋은 예들이 노동조합의 파업과 관련된 것이거나 야당의 국회선진화법을 핑계로 한 의정 방해 행위들이 좋은 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확정되면 전체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이 정책이 실현되기 전에 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협상은 빨리 완료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없다. 교섭을 빨리 마쳐야 한다거나 수익을 희생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 협상을 마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명백한 이점이 없다. 노동조합과 사업주 사이에서 일어나는 근로계약의 변경 협의가 기존의 계약이 종료되고 파업이 가능성이 커질 때까지 일부러 명분을 축적하며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런 이유다.

양측 모두 협상이 성공적인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성공적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결과를 예상하지만, 항상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동일한 정보나 시각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서로 상황을 다르게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합의를 지연시킴으로써 잃게 되는  손실에 대해 추측해야만 한다.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적을수록 협상에서는 더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손실 비용이 낫다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협상 지연에 따른 손실비용이 적다는 점을 입증하는 방법은 비용이 발생하도록 만들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실제 손실 비용이 적은 측이 더 큰 위험을 무릅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대정부 투쟁을 기획할 때 항상 이 점에 유의해야 더 적게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협상이 어떻게 종결될 것인가?'에 대한 공통된 시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파업의 시작으로 이끄는 것이다. 파업을 하더라도 정부는 큰 손해가 아니라거나 파업을 무릅쓸 만큼 손실비용이 적다는 '엄포'를 쌍방이 내놓을 수는 있지만, 이를 가장 잘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파업을 감행하는 것이다. '행동'은 '말'보다 더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정부 모두 일상 업무가 방해받음으로써 발생할 어떠한 손해도 감수하지 않고, 자신의 손실비용이 더 낮다는 것을 증명하기를 원한다.

이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 혹은 '무대뽀 들이대기' 전술이 나오게 된다. 의료게는 즉시 대화를 단절하고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위협할 순 있지만, 파업은 회원들에게 손실을 안긴다. 협상 기한이 남아 있는 한은 심리적으로 격앙된 상황에서 대화 단절은 가능하지만 파업까지는 신빙성이 없는 위협이다. 정부는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런 상태가 의료계보다는 정부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면, 의료계에게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벼랑 끝 전술은 쌍방 중 더 강한 측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즉 파국을 덜 두려워하는 쪽의 무기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총선이라는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해서 대화 단절 후 실제 파업으로 가기 전의 위협에 이용해볼 여지는 있다. 

이 상황에서 '위협'이란 협상 과정이 파국을 맞고 파업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의료계는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의 진료환경에 적응하여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계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할 파업의 기회를 찾아야만 한다. 

파업이 실지로 일어났을 때, 이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공약'의 열쇠는 정부의 위협 순위를 낮추는 것이다. 신빙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벼랑 끝 전술은 파업을 하루 단위로 끌고 가는 것이다. '절대로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만약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에 근접한 제안을 할 것 같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즉 이런 경우에는 하루 더 기다려보겠다거나 한 주 더 기다려보겠다는 것이 더욱더 신빙성 있는 위협이다. 회원들에게 있어서도 잠재적 이득보다 손실이 적다. 또 머지 않아 승리할 것임을 믿고 있는 한, 기다릴 가치가 있다. 

만약 전 의료계의 믿음과 협력이 유지된다면, 정부는 승복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시킬 것임을 알고 결국 승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의 위협은 사실상 회원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손실을 가져 오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다르게 볼 때이다. 만약 정부가 의료계가 곧 무너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하루나 일주일 정도의 여론 악화는 의료계에 유리한 정책을 합의 하는 것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는다면 둘 다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경우는 운전대를 던져버리고 마주 달려오는 차처럼 상대가 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인지할 때만 물러서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힘이란 여러 형태를 지닐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이 줄어드는 쪽도 있다.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파업의 결과가 다른 직역과의 관계 수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승리가 대단히 중요할 수도 있다. 패배는 너무나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파업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교대로 제안하는 다른 협상에서는 최종적인 결과다 무엇이 될지 전망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은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합의에 이를 수 있지만, 벼랑 끝 전술은 말 그대로 파국과 파업으로 치닫는 것이다. 결과에 대해 훗날 진심으로 후회하게 될지언정, 일단 계기가 주어지면 파국이나 파업의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오래 지속될 수 있고,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그런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섣불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영원한 패배자가 될 수 있으니까..


이세라 15-12-23 11:30
 
'행동'은 '말'보다 더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진료환경에 적응하여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계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