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협과 약속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응규칙이 없었다면 취하지 않았을 행위를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저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의 행동을 다하자' 같은 규칙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왜 그럴까? 미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상대의 미래 행동 역시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런 규칙이 없더라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보차원에서 전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해당되는 것이 '경고'와 '보장'이다. 연말까지 개인정보 자율점검을 완료하면 내년도 실사를 면제해 준다는 것이아 바로 그런 것이다.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법의 시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래 행동이 가져올 결과인 '실사'를 통해 의사들의 행동에 변화를 유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협'쪽이 정부에 유리할 경우, 정부가 그런 의사를 의료계에 전달하는 것을 '경고'라 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자기가 싫어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한다면, 이는 그저 대통령의 의사를 알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법안이 가결되더라도 거부할 의사가 없지만, 의회가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법안을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해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언급했다면 이는 '전략적 수'가 되는 것이다.
외과의원에서 시행한 비급여 안면 미백 레이저치료비와 옆의 피부과의원에서 시행한 같은 치료비가 다르다. 외과의원의 치료비가 피부과의원보다 비싸다면, 외과의원이 피부과의원에게 최저가 금액에 맞추겠다고 홍보 브로셔에 쓴다면 이것은 위협인가 경고인가?
약속의 실행이 자신에게 이익일 경우에는 보장이 되지만, 비용이 들거나 손해가 나면 위협이 된다. 핵심은 위협과 약속은 진정한 전략적 수인데 반해, 경고와 보장은 그저 정보 전달의 기능만 한다는 점이다. 경고와 보장에서는 상대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자신의 대응규칙을 바꾸는 일이 없다. 단지 상대의 행위에 대응해서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려줄 뿐이다.
위협과 약속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자신에게 최선이 아닌 대응을 하게 돠는 대응규칙을 만든다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가 있다. 이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함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조정하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된다.
성탄절에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을 사줄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부모가 선물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다. 상대방이 먼저 수를 두고 나면 나에게는 위협이나 약속을 파기할 만한 인센티브가 생긴다. 그러므로 신빙성을 보장하려면 상황의 변화를 수반하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신빙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상대는 단순히 말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다.
신빙성을 수반하는 전략적 수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어떻게'하겠다는 계획, 그리고 그 계획을 신빙성 있게 만드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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