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변덕스런 지도자 흐루시초프가 미국 본토로부터 약 140km 떨어진 쿠바에 핵 미사일 설치를 시작했다. 10월 14일 미국 정찰기들이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 사진을 촬영해왔다.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해상봉쇄를 발표했다. 만약 소련이 이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했다면, 위기는 두 강대국 사이의 전면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케네디 자신은 그렇게 될 가능성을 1/3에서 1/2 사이로 평가했다.

긴장된 며칠이 지난 후, 핵전쟁으로 갈 것인가를 검토한 흐루시초프는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이 터기에서 미사일을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체면치례의 구실로 삼은 채, 흐루시초프는 미사일을 다시 분해애서 배로 실어오라고 명령했다. 

여기서 정확한 벼랑은 어디였을까? 소련이 봉쇄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곧바로 핵무기를 발사했을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황과 행위자들의 긴장은 한 단계 달아오르고 아마겟돈으로 갈 위험은 눈에 띄게 증가했을 것이다. 양편 모두 통신이 교란되고, 공포 혹은 용기에 의존한 개인행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엄청난 불확실성에 봉착하게 된다. 그럴 때 상황을 통제하기란 대단히 힘들고, 이 때는 의도적으로 위험을 창출하는 쪽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벼랑 끝 전술에서 벼랑은 깍아지른 절벽이 아니라, 내려갈수록 점점 더 가팔라지는 미끄러운 경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케네디는 세계를 이 경사의 상당한 아래쪽에 가져다 두었고, 흐루시초프는 더 아래쪽으로 가는 위험을 택하지 않고 양측은 다시 경사 위쪽의 안전지대로 되돌아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의도적인 위험의 창출이다. 이 위험은 충분히 커야 하고, 상대가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위험을 제거하도록 유도할 만큼 말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이니까.